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집을 나간 당신에게 /황규관
  작성자 : 은자   Date : 12/6/2012 6:35:04 PM   Hits 555
 

집을 나간 당신에게 /황규관
 
 
당신과 내가 멀어지니 이렇게 좋군
아이들을 위해
가장 가깝게 뜨겁게 살았을 적에
세상은 얼마나 징그러웠나
조금만 더 멀어지면
아니 이렇게 마지막을 느끼면서
가만히 어루만질 거리마저 생기고 나니
장미꽃이 유독 붉군
생각해봐 우리는 지금껏 색맹이었어
딸애의 피아노를 위해
다달이 갚아야 할 대출금 이자를 위해
혹은 (무엇보다도 하찮은) 과한 내 술욕심 때문에
함께 꽃잎 한 장 바라보지 못했다는게
정말 말이나 되나?
이렇게 멀어지니 좋군, 참 좋아
우린 너무 가깝게 뜨겁게 살아왔어
당신이 정말 내 곁을 떠난대도
사랑이라는 거 좀 유치한 행복이라는 거 대신
그냥 웃을 수 있다는 뜻은 말야
당신이 미워서가 아니지
늦진 않았지만,
이제야 당신이 생각나고
생각나는 당신이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게되는 일,
그리고 마지막을 몸으로 느끼는 일이
이렇게 좋군 나마저 달라지는 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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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제목이 주는 통쾌함이 대단한 시다. 세상 어느 여자인들 살면서 한번쯤은 집을 나가고 싶지 않았을까?
시인은 아내가 집을 나간 뒤에야 삶을 본다. 그동안은 너무 가깝고 너무 뜨겁게 사느라 아내와 함께 꽃잎 한 장 바라보지 못했다.
매일 살을 맞대고 사는 부부일수록 조금은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눈이 필요했던 것이다.
 이 시는 아내가 집을 나갔다는 사실이 종결로 느껴지지 않고 또 다른 시작으로 보여 살짝 설레임까지 느껴진다.
서로 등을 돌리고 앉아 있으면서도 침묵 속 서로를 뜨겁게 어루만지고 있는 것 같은 것이 조금은 서글프면서도
조금은 즐거운 참 이상한 시다. / 김은자

 

 
 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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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kimmina (12/7/2012 12:36:00 PM)  
혼자 조용히 생각하게 만드는 시네요. 미국에 와서 살다보니까 너무 바쁘게 살아서 꽃구경도 한번 못갔어요. 이시를 쓴 시인은 아내와 다시 행복하게 살것 같은데요.
  big dog (12/7/2012 7:38:00 AM)  
요즘 인간들이 말하는 화학적 반응 으로 살아온것 같군요
금광에서 금을 찿듯이 계속 서로의 모르는 부분을 발굴 몿한 인간들의 미숙함을 그린것 같군요,,,